브랜드는 오랫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로고를 보면 떠오르는 느낌, 제품을 고를 때 작동하는 신뢰감 같은 것들은 계량하기 어려운 무형의 가치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업 인수합병, 라이선싱 계약, 세무 신고, 투자 유치 같은 실무 현장에서는 이 무형의 가치를 숫자로 표시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코카콜라나 애플 같은 기업의 시가총액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브랜드를 포함한 무형자산의 비중이 커지는 흐름은 이러한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왜 국제 기준이 필요했나
브랜드 가치를 숫자로 매기는 작업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문제가 생겼습니다. 평가 기관마다, 컨설팅사마다 서로 다른 기준과 계산법을 사용하다 보니 같은 브랜드를 두고도 결과값이 크게 엇갈리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런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는 2010년 ISO 10668이라는 브랜드 가치평가 국제 표준을 제정했습니다. 이 표준은 평가 과정이 갖춰야 할 여섯 가지 요건으로 투명성, 타당성, 신뢰성, 충분성, 객관성, 그리고 재무적·행동적·법적 요소의 종합적 고려를 제시합니다. 즉 브랜드 가치는 감이나 인상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데이터와 절차를 통해 산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입니다.
세 가지 접근법, 하나의 목적
ISO 10668은 브랜드 가치를 계산하는 접근법을 크게 세 갈래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원가접근법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는 데 실제로 투입된 비용이나 지금 새로 같은 브랜드를 만든다면 드는 비용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입니다. 둘째는 시장접근법으로, 유사한 브랜드가 실제 거래된 사례를 참고해 값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셋째는 수익접근법으로, 브랜드가 앞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가운데 수익접근법이 가장 폭넓게 활용되며, 그 안에서도 특히 하나의 계산법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로열티 공제법이라는 계산 방식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로열티 공제법입니다. 전체 브랜드 가치 평가의 상당수가 이 방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계산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만약 이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를 소유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빌려 써야 한다면,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그 가상의 로열티 지급액을 브랜드가 창출하는 미래 수익으로 보고, 이를 현재 가치로 할인해 합산하면 브랜드의 가치가 산출됩니다. 이 방식이 회계 감사나 세무 목적에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실제 라이선싱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 관행과 논리 구조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순위를 매기는 또 다른 방식
매년 발표되는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는 조금 더 정교한 방식이 사용됩니다. 대표적으로 인터브랜드는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해 브랜드 가치를 산출합니다. 브랜드가 속한 사업의 재무 성과를 먼저 예측하고, 그 성과 가운데 얼마만큼이 브랜드 자체의 힘으로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브랜드 역할 지수를 산정한 뒤, 마지막으로 그 브랜드가 미래에도 계속 그 힘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브랜드 강도를 반영합니다. 브랜드 강도가 높을수록 미래 수익의 불확실성이 낮다고 보고, 이는 최종 가치를 할인하는 비율에 영향을 줍니다. 세 요소를 곱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숫자가 완성됩니다.

숫자가 만들어내는 실질적 힘
이렇게 산출된 브랜드 가치는 단순한 참고 자료에 머물지 않습니다. 인수합병 협상에서는 매각 가격의 근거가 되고, 대출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담보나 신뢰의 지표로 작용하며, 라이선싱 계약에서는 로열티율을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마케팅 투자의 성과를 재무적으로 증명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합니다. 감정적이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던 브랜드가 국제 기준에 따라 하나의 숫자로 환산되는 순간, 그것은 비로소 대차대조표 위에서 다른 자산들과 나란히 설 수 있는 근거를 갖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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