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면서 하루도 쉴 수 없다고 느끼시나요? 휴가를 가도 계속 업무 연락이 오고, 회사가 성장할수록 오히려 더 바빠지는 자신을 발견하신다면, 지금 당신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월급이 비싼 직원일 수 있습니다. 이는 능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1000억 사업가가 보여준 결정적 차이
몇 년 전, 한 출판사 대표가 수백억 규모 사업을 이끄는 기업가와 책 작업을 위해 3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출판사 대표는 그 시간 내내 직원들의 연락과 결재 요청으로 정신없이 바쁜 상태였습니다. 반면 수십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그 기업가는 3시간 동안 전화 한 통 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여유로우실 수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그는 간단히 답했습니다. "저는 실무자가 아니잖아요." 그의 노트에는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들과 그 원인, 해결책, 의사결정 기준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게 제 일입니다. 그게 경영자가 할 일이에요."
출판사 대표는 매일 문제를 직접 해결했습니다. 직원이 실수하면 교육하고, 고객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직접 해결하고, 직원 간 갈등이 생기면 중재했습니다. 열심히 일했다는 성취감은 있었지만, 다음 날이 되면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되었습니다. 문제는 해결했지만, 문제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반면 그 기업가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보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를 고민했습니다. 직원을 바꾸기보다 업무 절차를 매뉴얼로 만들고, 사람을 탓하기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그렇게 기준이 하나씩 쌓일수록 대표는 더 자유로워졌고, 회사는 대표가 없어도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정체성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수백 개 기업의 대표들을 만나면서 발견한 핵심은 이것입니다. 회사 성장에서 실무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표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는가입니다. 그 정체성이 회사의 운영 방침을 만들고, 그 운영 방식이 결국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이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정체성 매트릭스라는 프레임을 소개합니다.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먼저 장사와 장사꾼의 조합입니다. 아직 개인사업자 수준이거나 세금 고민이 없는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시간을 돈과 바꾸는 관점을 가진 경우입니다. 내가 일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직원을 뽑으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직접 일하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사업과 장사꾼의 조합입니다. 매출도 오르고 직원도 많아졌지만 정체성은 여전히 장사꾼인 경우입니다. 회사는 커졌는데 대표가 여전히 모든 결정을 쥐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성공한 회사인데 정작 대표는 실무에 시달려 예전보다 더 바쁘고 지쳐 있습니다. 규모만 커진 장사에 불과합니다.
세 번째는 장사와 기업가의 조합입니다. 아직 매출도 작고 직원도 몇 명 안 되지만 정체성은 기업가인 경우입니다. 작은 가게를 운영해도 업무 기준을 만들어 놓고, 반복되는 결정은 문서로 남기며,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봅니다. 지금은 작아도 회사가 커질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은 사업과 기업가의 조합입니다. 사업 규모도 크고 정체성도 기업가인 경우입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대표는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고, 기준과 구조가 대표를 대신해서 회사를 운영합니다.
가장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
많은 대표들이 장사와 장사꾼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책임감도 강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직접 해결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성취감도 있고 안정감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무서운 함정이 기다립니다.
대표가 열심히 일해서 매출이 오르면 그에 맞춰 사람을 뽑고 사무실을 넓히면서 고정비가 커집니다. 이제부터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습니다. 매달 나가야 할 급여와 고정비용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성공을 위해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게 됩니다.
많은 대표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돈은 벌리니까요. 조금만 더 크면 괜찮아질 거예요. 이번 고비만 넘기면 됩니다." 하지만 정체성이 바뀌지 않으면 매출 규모만 커질 뿐 대표의 역할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회사를 키운다고 자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자유를 만드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회사도 성장하고 대표도 자유를 얻습니다.
기업가가 실천하는 네 가지 핵심 원칙
첫 번째 원칙은 사람을 탓하지 말고 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빵집에서 빵맛이 어제와 다르다는 컴플레인이 들어왔다고 가정해봅시다. 장사꾼은 제빵사를 불러 똑같이 만들라고 지시하거나 질책합니다. 반면 기업가는 "왜 맛이 달라졌지? 반죽 시간은 정해져 있었나? 발효 온도는 기록되고 있었나?"라고 질문합니다. 사람을 고치는 게 아니라 공정 자체를 봅니다.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의 역량에 기대하는 게 아니라, 누가 와도 일정한 결과가 나오게 만드는 기준과 구조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 환불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대표가 직접 판단하는 대신, 어느 경우에 환불하고 어떤 경우에 거절할지 명확한 기준을 문서로 정리해 둡니다. 그러면 직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고, 일이 대표에게 다시 넘어오지 않습니다.
실천 방법은 간단합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세 번 이상 반복된 문제 하나를 적어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이건 사람의 문제였나, 아니면 기준이 없어서 생긴 문제인가?" 이 질문 하나가 장사꾼과 기업가를 가르는 강력한 시작점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사람을 뽑기 전에 역할부터 설계하는 것입니다. 많은 대표들이 일이 많아지면 "이 사람 괜찮아 보이는데"라며 사람부터 뽑습니다. 한 달쯤 지나면 "생각한 거랑 다른 것 같은데, 우리랑 안 맞는 것 같은데"라며 결국 "사람을 잘못 뽑았네"라고 결론 내립니다.
기업가는 질문을 바꿉니다. "정말 사람을 잘못 뽑은 걸까, 아니면 내가 역할을 제대로 설계하지 않은 걸까?" 태평양을 항해한다면 선원부터 모집하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어디까지 항해할지 정하고, 어떤 파도를 견뎌야 하는지, 배와 기관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계한 후 적합한 선원을 찾을 것입니다.
기업가는 사람에게 회사를 맞추는 게 아니라, 회사에 꼭 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먼저 설계하고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습니다. 기존 직원들에게도 담당하는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되고, 결국 모든 문제가 대표에게 돌아옵니다.
세 번째 원칙은 결정을 줄이고 기준을 늘리는 것입니다. 장사꾼은 모든 결정을 직접 합니다. 가격, 고객 응대, 직원 판단까지 전부 대표가 짊어지고,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있습니다. 이 구조가 지속되면 회사가 커질수록 대표는 더 바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가는 묻습니다. "이 결정을 다음엔 누가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판단 기준을 문장으로 남길 순 없을까?" 기업가는 결정을 움켜쥐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줄여가면서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중요한 결정은 여전히 대표가 하되, "정말 이게 나만 할 수 있는 결정일까, 아니면 기준이 없어서 내가 대신하고 있는 걸까?"를 구분합니다.
97개 매장을 운영하는 배달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표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동일한 맛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대표가 모든 결정을 움켜쥐는 대신 누구나 똑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매장은 늘어나지만 대표의 자유도는 오히려 높아집니다.
네 번째 원칙은 기준이 진화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아메리카노 제조 레시피를 매뉴얼로 만들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장사꾼은 매뉴얼을 만들고 나면 "이제 됐다"며 만족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두 품질도 바뀌고 고객 입맛도 바뀝니다. 결국 그 매뉴얼은 아무도 안 보는 종이조각이 됩니다.
기업가는 다르게 접근합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고객 피드백을 확인해서 레시피를 개선할지 말지 결정하는 회의를 한다"는 규칙을 세웁니다. 레시피가 기준이라면, 레시피를 업데이트할지 결정하는 회의가 바로 기준을 진화시키는 기준입니다. 이렇게 하면 매뉴얼은 구석에 박힌 종이가 아니라 매달 더 나은 품질을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시스템이 됩니다.
우리 회사에 만들어진 기준 중 언제 다시 점검할지 정해진 게 몇 개나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하나도 없다면 새 기준을 만들기 전에 그 점검 주기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가는 관리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을 바꾸는 사람입니다. 사람과 장비를 하나하나 관리하는 대신, 그 기준이 여전히 지켜지고 있는지를 관리합니다.

당신은 장사꾼입니까, 기업가입니까
회사가 커질수록 더 바빠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장사꾼의 정체성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커질수록 더 자유로워진다면, 당신은 이미 기업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아는 것과 실제로 회사에 적용하는 것의 차이입니다.
오늘 소개한 네 가지 원칙을 하나씩 실천해보세요. 사람을 탓하기 전에 기준을 만들고, 사람을 뽑기 전에 역할을 설계하고, 결정을 줄이고 기준을 늘리며, 기준이 진화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 이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3년 후 5년 후 당신의 회사와 삶은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정체성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정체성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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