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수많은 종교가 존재하고, 각 종교는 또다시 수많은 교파와 종파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기독교만 해도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로 나뉘고, 개신교는 다시 수백 개의 교단으로 쪼개져 있습니다. 불교 역시 남방불교와 북방불교, 티베트 불교 등으로 나뉘며, 이슬람교도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종교의 분열 현상은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요?

종교 분열, 창시자들의 본래 뜻이 아니다

예수, 석가모니, 공자, 무함마드와 같은 위대한 성인들이 만약 오늘날의 종교 현실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종교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며, 심지어 전쟁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과연 그들이 원했을까요. 역사를 살펴보면 종교 분열의 배경에는 교파 이기주의기득권 유지라는 인간적 욕망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 종교의 창시자들은 인류의 구원과 행복을 위해 진리를 가르쳤지, 자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파벌이 생겨나 서로 싸우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종조들의 눈으로 진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서로 갈등하고 분열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웃 종교는 적이 아니라 같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형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종교는 강을 건너는 뗏목일 뿐이다

붓다는 종교를 강을 건너는 뗏목에 비유했습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뗏목이 필요하지만, 강을 건넌 후에도 그 무거운 뗏목을 계속 짊어지고 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종교 자체는 배이며 뗏목이고, 불경이나 성경, 꾸란 같은 경전들은 뱃길을 밝히는 항해도와 같습니다.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종교나 경전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뗏목 자체에 무슨 비밀스러운 열쇠가 숨어 있는 것처럼 집착한다면, 정작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서게 됩니다. 종교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1세기, 문명 전환의 마지막 기회

21세기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문명 전환의 중요한 시기입니다. 기존의 인간 중심주의, 소유 중심주의, 물질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생명 중심주의, 우주 중심주의, 신 중심주의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지 않는다면 인류 문명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에 종교가 제 자리를 찾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산 정상은 하나, 오르는 길은 여럿

신앙생활은 흔히 등산에 비유됩니다. 산 정상은 하나이지만 그곳에 오르는 길은 산세와 풍광에 따라 다양합니다. 각 종교가 가는 길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하나의 궁극적 목표를 지향한다면 언젠가는 정상에서 만나게 됩니다. 종교 간의 대화는 정상에 오르는 최단거리를 놓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귀중한 기회가 됩니다.

서로의 종교 체험을 나누면서 상대방의 장점을 받아들인다면 더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기독교는 불교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불교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기독교에서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다면, 이웃 종교에 대한 편견은 사라질 것입니다.

제도가 진리를 가리지 않도록

각 종교는 창시자들의 가르침을 효율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교리를 체계화하고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고안해낸 방법론과 제도가 보조적 역할을 넘어 진리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종교 간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성인들의 가르침보다 종교 조직 자체가 목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는 종교라는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신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대한 철저한 탐구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는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고, 각 종조들이 꿈꾸었던 이상적 공동체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모든 삶 자체가 신앙생활이 되면서 더 이상 별도의 종교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비움으로 시작되는 종교 통합

종교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종교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는 모든 종교의 공통 가르침인 비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노자의 허(虛), 붓다의 공(空), 기독교의 케노시스, 이슬람교의 파나 사상이 모두 비움을 강조합니다. 자기를 비워야 나눔이 가능하고, 나눔은 용서와 화해, 평화로 이어집니다. 자기를 비울 때 비로소 공동체적 사귐과 통합이 시작됩니다.

종교 통합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종교인들이 힘을 모아 통합 종교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 종교가 함께 참여하는 진리 탐구 모임을 활성화하고, 공동 예배나 공동 수행 등을 모색해야 합니다. 궁극적 진리를 탐구하고, 그러한 진리를 통해 종파와 교파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을 때, 종교 통합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종교 분열은 결코 신의 뜻도, 종조들의 뜻도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각 교파는 교리와 의식, 제도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모든 종교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진리 안에서 하나가 되어 서로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와 석가모니, 더 나아가 신이 그렸던 이상세계이자, 우리 모두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입니다.